시네스쿨이 추천하는 세번재 영화.
이번에는 <그을린 사랑>, <시카리오>, <블레이드 러너 2049> 등 영화마다 자신만의 거대한 세계관을 녹여내며 헐리웃에서 가장 핫한 감독으로 손꼽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영화 <컨택트> 입니다.

감독 : 드니 빌뇌브
출연 : 에이미 애덤스, 제이미 러너 외
수상내역: [제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드라마 후보
[제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음악상 후보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상 후보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후보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후보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편집상 후보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후보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후보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특수시각효과상 후보
SF의 외피를 쓴 언어와 소통에 대한 철학적 고찰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부터 영화에는 외계에서 온 비행물체가 지구 곳곳에 등장했다는 뉴스가 뒤덮히지만 실제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은 영화가 진행된 지 18분이 지난 후부터입니다.
그 동안에는 오프닝 시퀀스 내내 뉴스를 통해, 그리고 그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특히 외계 비행물체가 전세계에 출몰했다는 소식이 들린 후, 텅 빈 대학의 풍경과 강의실은 실제로 그러한 일이 벌어졌을 때 보일 법한 현실적인 묘사입니다. 반면 늘 그랬듯 침착하게 강연을 나온 루이스의 캐릭터는 상반된 모습이기도 하죠.
그 흔한 액션 씬 하나 없는 SF. 하지만 드니빌뇌브 감독은 영화 내내 SF 스릴러로써의 긴장과 호기심으로 관객의 시선을 끝까지 잡아둡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타의 SF 영화에서는 볼수 없었던 철학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화의 첫 장면, 한 아이의 탄생과 성장, 죽음의 과정을 보여주며 흘렀던 루이스의 나레이션은 아마도 이 영화의 주제이자 방향성에 대한 선전포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네 이야기의 시작은 이랬어.
우리는 시간에 얽메어 있단다. 특히 순서에...
그 시작이나 끝에 대한 확신이 없구나.
언어체계와 사고방식의 상관관계
편집의 언어가 결정하는 관객의 사고방식

영화에서의 편집은 하나의 영화의 화법중 하나입니다. 영화적 시간을 런닝타임 내내 나열함으로써 관객은 자연스럽게 영화가 제시하는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어있죠.
물론 플래시백과 같이 시간을 역행하는 구조도 흔히 있긴 합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순간순간 삽입되는 어떠한 '기억'이 인물의 역사를 보여주고,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죠. 그리고 이렇게 편집으로 구사하는 영화 언어는 일방적입니다. 관객은 영화가 보여주는 정보를 그 순서 그대로 받아들이며 따라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사실 인간의 언어체계 자체가 그렇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늘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르는 선형적으로 나열된 구조를 따르고 있고, 때문에 인간은 늘 순서와 흐름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언어도 마찬가지, 단순하게만 생각해도, 인간의 글자는 늘 좌에서 우로 흐르는 방식으로 쓰여지니까요.
하지만 외계인의 언어는 다릅니다.
인간의 언어가 좌에서 우로 쓰여지는, 그 순서가 있는 반면에 영화 속 헥타포드의 언어는 원형 구조를 띕니다. 때문에 시작과 끝의 구분이 없고 쓰이는 방식도 동시적입니다.
루이스는 이러한 문자 구조를 분석하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을 역분석 하게 됩니다. 물론 대화를 통해서 알게되는 사실이지만요.
그리고 자신이 그 문자의 구조,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루이스 자신의 사고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음을 알아채게 됩니다.
바로 영화의 흐름과 상관없이 끼어들던 아이에 대한 기억이 '플래시 백'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억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감독은 관객이 영화의 언어를 선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꽤나 영리하게 이용한 것입니다.
외계어로 완성되는 바벨탑
영화는 결국 언어의 조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으로 달려갑니다.
'무기'에 대한 해석을 두고 위기가 오자 각자 소통을 차단했던 전 세계가 루이스의 노력(?)으로 결국 각자의 조각을 하나 하나 모아 하나의 언어체계로 구축하게 되죠.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를 평화로 끌어안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모든 것을 알고 받아들이는 삶의 순례자

여기서 다시한번 오프닝 시퀀스의 나레이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네 이야기의 시작은 이랬어.
우리는 시간에 얽메어 있단다. 특히 순서에...
그 시작이나 끝에 대한 확신이 없구나.
결국 사건과 상관없이 끼어들던 기억은 과거가 아닌 미래의 기억이었습니다.
루이스는 아직 이안을 남편으로 받아들이기도 전이지만 이미 그와 결혼하여 한나 라는 예쁜 아이를 갖게되고, 또 그 아이가 결국 병으로 죽음에 이를 것이라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자신의 행동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있죠.
그렇다면 루이스는 결국 죽게될 운명의 아이를 낳을 그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루이스는 딸아이와의 대화 중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걸 막을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너 자체도 막을 수가 없었단다.'
어쩌면 영화는 행복과 고통이 공존하는 그 길이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요? 또, 이러한 메시지는 단절을 극복하고 소통하고 하나로 화합한 세계 정세의 모습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늘 폭력과 착취의 시대와 평화가 공존하고 순환하는 세계의 모습. 이 순환구조는 역사의 반복이라는 말과 맞물리며 정세의 흐름을 읽어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 끝을 알게된다면, 다음의 시대가 평화의 시대인지 폭력의 시대인지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그렇다고 모든것을 끊어낼 것인가.
영화 속 주인공 루이스는 '모든걸 알면서도 떠안기로 했다'는 말을 남깁니다.
사실 관객과의 대화 창구를 반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영화 내내 관객을 이끌었던 나레이션이 사실은 주인공이 아니라 악당이었다거나
<컨텍트>처럼 플래시백으로 보여지는 기억이 과거가 아닌 다른 시간이라는 것들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차용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언어철학에 대한 물음과 함께 영화적 화법을 결부시키며 그 철학적 깊이를 더욱 심도있게 만들며, 관객들로 하여금 지적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였습니다.
늘 충격적인 반전과 화두를 던져주는 드니 빌뇌브의 다른 영화도 리뷰할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시네스쿨이 추천하는 영화, <컨택트> 였습니다.
이 리뷰는 다음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팟캐스트 <지대넓얕> 새해선물 특집 - 외계인과의 접촉 편
[이동진의 어바웃 시네마] 컨택트,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
http://magazine2.movie.daum.net/movie/40377
[송경원의 영화비평] 드니 빌뇌브가 제시하는 어떤 가능성 <컨택트>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6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