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스치듯 짧게 지나고 말 가을이겠지만,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하기 좋은 계절이죠.
오늘 소개 할 영화는 영화에 삽입 된 Cucurrucucu Paloma 라는 곡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그녀에게> 입니다.

제 75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제 60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제56회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수상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 하비에 카미라, 다리오 그란디네티, 레오노르 와틀링, 로자리오 플로레스

여기 나란히 앉은 두 남자가 있습니다.
무용수의 아름답지만 처절한 몸짓을 보며 한 남자 베니뇨는 설레는 눈빛으로 다른 한 남자 마르코는 주체 못할 감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말죠.
영화가 끝나고, 리뷰를 쓰면서 되뇌어보니 두 눈을 감은 채 아무렇게나 놓여진 의자 사이를 오가며 벽에 온 몸을 부딪히는 무용수의 모습은 마치 무모하리만치 아무것도 보지 않고 달려드는 사랑의 모습을 두 남자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Hable Con ella, 그녀에게 말해요
한국에서는 '그녀에게'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지만 원제는 '그녀에게 말해요' 입니다.
제목처럼 두 남자는 시종일관 사랑의 대상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식물인간 상태인 알리샤를 사랑하는 베니뇨는 물론이고, 투우사인 리디아에게 매료되어버린 마르코 역시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죠. 무슨 이유에선가 다투고 난 후, 마르코의 옛 연인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리디아와 마르코의 대화를 봐도 일방적인 대화가 엿보이죠.
"싸웠을 땐 대화를 해야해요"
"계속 대화 했잖아요"
"당신 혼자 얘기했죠, 1시간 동안"
이렇듯 이들의 사랑은 다소 일방적으로 보입니다.
장면의 구성도 두 남자가 각자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 (상대가 알건 모르건)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간단하지 않아요"

특히 간호사인 베니뇨가 식물인간 상태인 알리샤를 사랑하는 모습은 매우 위험해 보입니다.
이 둘의 관계만 보자면 이 영화는 멜로 보다는 호러나 스릴러에 가까울 정돕니다.
베니뇨는 자신의 집 창 너머로 발레교습소에 있는 알리샤를 훔쳐보곤 하던 남자였죠.
그의 짝사랑은 그녀의 방에 몰래 침입해 머리핀 하나를 훔쳐나올 정도로 집착적이고,
알리샤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베니뇨는 그녀의 전속 간호사가 되어 그녀의 곁에 24시간 머물러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했던 것들을 대신 체험하고 돌아와 알리샤에게 시종일관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이러한 베니뇨의 일방적인 사랑을 주축으로 하고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멜로드라마 입니다. 집착적이과 광기어린 한 남자가 보여주는 스릴러보다는 아름다운 선율들과 함께 감성적인 코드로 마무리되죠. 때문에 이 영화를 두고 스토킹에서 강간, 시체 애호에 이르기까지 충격적인 범죄를 미화시키는 영화라는 비판이 따르긴 했습니다.

하지만 알마도바르 감독은 결코 그의 사랑을 옹호하진 않습니다. 여러 장치들을 통해 그의 사랑이 위험하고 집착적인 것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죠. 실제로 베니뇨 (후반부엔 마르코)가 창문을 통해 건너편 발레교습소의 알리샤를 훔쳐보는 모습은 알마도바르 감독이 히치콕 영화의 '이창'의 장면을 차용한 것이기도 합니다.
일방적인 사랑의 이면과 자기만의 판타지
또한 감독은 베니뇨의 사랑을 일반화시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만의 판타지로 가둬놓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와 절친이 되는 마르코는 현실 세계에 머물며 그가 하고 있는 사랑이 위험한 것임을 끊임없이 경고하고, 또 안타까워하죠.
다시 첫 도입부를 떠올려본다면, 두 눈을 가리고서 가로막힌 장애물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달려드는 무용수를 보며 마르코는 눈물을, 베니뇨는 설레어 합니다.
이렇듯 베니뇨는 그의 삶이 세상에서 조금 단절되어 있는 것으로 그려진 것 처럼, 일반적인 세상에서 조금 떨어져,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아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아주 조금 뜬 채로, 부유하며 살아가고 있죠.
그리고 결국 알리샤가 깨어나지 못했다는 거짓 소식을 듣고, 자신만의 현실, 알리샤와 함께하는 현실로 떠나기 위해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릅니다.
영화 속 음악의 이야기

이 영화가 스릴러적인 요소를 다분히 갖고있음에도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될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색감과 더불어 귀를 유혹하는 음악의 힘입니다.
특히 마르코가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리디아를 앞에두고 잠이 들었을 때 꿈 속의 음악회에서 들려오던 "cucurrucucu paloma"라는 곡은 영화에서 작곡가인 토마스 멘세스 소사가 실제로 부른 곡으로 이 음악을 듣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있을 정도로 사랑받은 곡 입니다.
개별적인 곡의 훌륭함을 접어두고라도, 이 영화에서 음악의 영향력은 커보입니다.
광기어린 베니뇨의 사랑을 자신만의 환타지로 포장하여 보여주는 것도, 현실의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판타지 속에 살아가는 베니뇨를 동정하는 마르코의 감정을 극대화 해주는 것도 영화의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저 광기어린 집착으로 단순하게 보여질 수 있었던 베니뇨의 사랑이 다소 주관적으로, 베니뇨와 감정을 같이 하는 듯이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주던 카메라와 더불어 아름다운 음악이 부연설명을 해줌으로써 영화의 마지막, 알리샤의 발레 선생님의 말처럼 베니뇨의 사랑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 리뷰는 영화의 대표곡인 "Cu cu ru cucu paloma"의 한 구절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네요.
Cucurrucucu paloma,
cucurrucucu no llores
Las piedras jamas, paloma,
Que van saber de amores
쿠쿠루쿠쿠 비둘기야
쿠쿠루쿠쿠 울지마렴
비둘기야 결코 돌멩이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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