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간, 한국 사회는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변화 한가운데 놓여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지난 70여년 간 총구를 겨눠왔던 남과 북이
어느 새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이렇게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언젠가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시대가 왔을 때,
서로 다른 사상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살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삶을 경험하게 될까요?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일본에 살고있는 북한 가족의 이야기로 90년대 '귀국사업'이라는 국가적 계획 아래 본국으로 들어가야 했던 오빠가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기는 갈등과 슬픔을 그린 영화 '가족의 나라' 입니다.

오빠가 돌아왔다. 우리 가족의 '조국', 북으로부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리애는 무기력하게 책상에 엎드려 불안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합니다.
침묵을 깬 가족들은 기다리는 소식이 있는 듯, '이번에도 안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오빠의 짧은 귀국 소식에 안도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두 지도자의 초상화가 걸린 어느 방에서, 아버지는 뇌종양 판정을 받고 바싹 말라버린 아들, 성호와 재회합니다.
감시자와 함께.

오빠가 감시자와 함께 사상이 다른 고향땅으로 돌아온 것은 갈등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시작과 함께 이 영화는 초반부터 갈등의 요소를 드러내고 품고 흘러가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구성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처럼 불안하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첫 장면, 테이블에 엎드린 동생 리애의 모습은 마지막 장면, 갑자기 본국으로 돌아오라는 지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다시 테이블에 엎드려있는 리애의 모습으로 반복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옭아매고 있는 국가에 대항하지 못하고
그저 슬퍼하고 분노할 뿐인 무기력한 한 가족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핸드헬드와 반복 구도, 카메라의 존재감
영화는 내내 불안하게 흔들리는 카메라로 이들 가족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치 이들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것 같은 카메라는인물들과 불안감과 고통, 슬픔을 매우 직접적으로 교류하며 리얼하게 그 현장을 관찰합니다.
'디어 평양' 등의 다큐멘터리로 데뷔한 이후 첫번째 극영화라는 양영희 감독의 이력과
이 이야기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러한 촬영기법은 다큐멘터리의 관찰자적 시점이 주관적으로 작용하여 다큐와 극영화 경계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눈여겨 볼 점은 특정 장면마다 카메라의 위치가 약속된 각도에서 인물들을 비춘다는 점입니다.
인물들의 감정 고조되는 장면들이 그러한데, 초반부 성호가 옛 일본집으로 찾아드는 장면이 그 예입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으로 골목을 들어서던 성호가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와 마주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순간 성호의 왼쪽 뒤편으로 휙하고 돌며 모자의 상봉을 비춥니다 또 성호가 동생 리에에게 북의 공작원이 되지 않겠냐 넌지시 말한 다음 화가난 리에를 비추는 방식도 유사합니다. 차마 동생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죄책감을 삭이는 성호의 왼쪽 옆모습을 비슷한 거리, 비슷한 각도에서 잡아냅니다.
이렇게 고정된 위치의 카메라는 단지 좋은 앵글을 잡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을 자신의 시각과 자신의 시점을 전달할 수 있는 장소에 위치시킬 수 있게 됩니다.
그 '위치'란 물리적 의미이기도 하고, 심리적 지점, 정신적, 이념적 시점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감독은 카메라가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길 바라면서
"여기에서 보면 저들의 마음, 저들의 슬픔이 잘 보입니다" 하고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와 세계가 개인의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아직 종전선언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잠재적 전쟁 가능 국가로써의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이상하리만치 평화롭습니다.
당장의 전쟁 가능성보다도 실업의 불안감, 낙제의 불안감이 더 큰 현실이겠지요.
하지만 분단국가로써의 현실은 알게모르게 우리의 일상 곳곳에 존재하게 있을 것입니다.
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그 현실을 어떻게 극 속에 녹여낼 것인가는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입니다.
오늘 소개한 영화는 사회와 개인의 연결고리와 사회를 바라보는 개인의 시점을 주관적으로 풀어낸 영화 <가족의 나라> 였습니다.
참고자료: 씨네21 [신 전영객잔] 슬픔은 어디서 보아야 하는가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2856
영화입시전문학원 시네스쿨
https://www.ycine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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