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트렌디한 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최근 미국을 대표하는 독립영화제,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주목받는 영화들이 늘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영화 역시 2018년 선댄스 영화제가 발굴한 신예감독 아나시 치칸티 감독의 영화로
사라진 딸의 흔적을 추적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누군가의 노트북을 훔쳐보는 듯한 형식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최신작 <서치> 입니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조금 특별합니다.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결핍에 대해 매우 효과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이 영화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를 인지시키는 부분이기도 하죠.
영화는 주인공 딸 '마고'의 육아일기처럼 마고를 둘러싼 가족의 역사를 차곡차곡 나열해감으로써 가족의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주다가도 스케쥴표에 자꾸만 뒤로 밀리는 엄마의 퇴원날, 그리고 이내 휴지통으로 버려지는 퇴원일정으로 엄마의 부재를 압축하여 보여줍니다.
이어지는 장면은 아빠 데이빗과 딸 마고 단 둘이 찍은 입학 사진으로,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들이 가졌을 상실감을 그 어떤 설명 없이 몇개의 컷만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딸과 나누는 메시지를 작성하는 장면에서 '엄마도 널 자랑스러워 할꺼야'라는 말을 썼다가도 다시 역행하여 글자를 지워내는 커서는 무미건조해보이는 타이핑 화면만으로 많은 감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의도치 않았던, 상대를 향한 배려에 의한 것이었던 간에 아빠의 메시지는 진심을 전하지 않습니다. 미처 전송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글자를 지워내는 커서장면은 특히나 가족간의 소통의 부재와 온라인 세상이 어떻게 편집된 진실을 보여주는가에 대한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형식이 어떻게 주제를 표현하는가.
누군가의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있는 듯한 이 영화의 형식은 단순히 실험을 위한 실험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영화는 실종된 딸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표면적으로는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딸의 실종을 계기로 알지못했던 딸의 진심과 소통의 부재를 되짚어가는 이 영화는 가족 성장 드라마의 성격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소통의 부재라는 측면을 드라마 외적으로, 영화의 전반적인 형식이 그 자체로써 메타포가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엄마도 널 자랑스러워 할거야'라는 말을 지워버리는 커서 처럼, 그리고 SNS의 친구 명단은 200명이 넘어가지만 대체로 혼잡 밥을 먹던 딸 마고의 실상은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필터링 되고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아마도 딸 마고는 아빠 데이빗에게는 늘 밝고 명랑한 모습만을 필터링 하여 보여줬을 것이고, 그렇기에 아빠 데이빗은 그렇게 검열되고 편집된 마고의 모습이 진실이라고 믿고있었겠죠.

반대로 온라인 속에 넘쳐나는 데이터는 어떤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소통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무심코 흘렸던 단서들을 거듭되는 반전의 요소로 활용하며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하는데 활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단절된 가족관계에서 아빠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쳐왔는지, 혹은 서로를 안심시키기에 적절한 제스춰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지해왔는지를 은유하는 역할을 하고있기도 합니다.
사족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영화의 제작진은 한국인 가정의 가족애와 가족문화에 독특함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주인공 데이빗을 연기한 존 조가 캐스팅 1순위였기에 한국인 가정으로 설정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만, 늘 속내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 보다는 애둘러 이야기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온 전통적 한국문화의 특수성도 이 영화가 갖고있는 소통의 부재, 단절 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했다고 생각됩니다. 뭐, 한국 관객들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이겠지만 말이지요.
파운드 푸티지의 변주
누군가의 노트북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온듯한 이 영화는 '블레어 위치'(1999)나 '파라노말 액티비티'(2009), 최근으로는 한국영화 '곤지암'(2017)과 계보를 같이합니다. 이른 바 '파운드 푸티지'라는 형식으로 '푸티지'라는 말은 아직 편집되지 않은 영상을 뜻하여 '파운드 푸티지'는 그런 영상들로 구성된 형식을 말합니다. 더 익숙한 표현으로는 '페이크 다큐'의 일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설정shot과 시점shot을 의도적인 프레임 사이즈 변경을 혼합하여 편집하고, 관객들은 이러한 편집을 통해 모든 상황을 파악합니다. 하지만 '블레어 위치'처럼 누군가의 손에 들려진 카메라로만 영화를 이끌어가거나 CCTV로만 사건을 보여주는 경우에는 거기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 화면의 사각자대가 생깁니다. 많은 공포 영화나 호러영화가 이러한 화면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무언가를 표현하며 불간감과 공포감을 극대화하는데 활용하여 왔습니다.
OS화면 위에서 영화가 진행된다는 점이 이 영화를 신선하게 느껴지게 하는 이유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영화는 파운드 푸티지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화면의 사각지대를 활용하기 보다는 쓰다 지워버리는 메시지, 한참동안이나 메시지를 작성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커서, 끝내 휴지통에 넣는 동영상 등 컴퓨터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행위들을 통해 사소한 감정을 포착하는데 그 형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딸의 상실감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자책하는 아빠 데이빗이 '아빠 최고!'라고 말하는 어린 마고의 동영상을 휴지에 넣는 장면에서 데이빗의 얼굴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가 앞선 일을 겪고 난 후에 컴퓨터로 보았을 것, 그 다음 그가 행하는 행위를 그저 보여줌으로써 아빠의 감정을 느끼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나열일 뿐인 파운드 푸티지가 섬세한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음을 입증한 것입니다.

사실 스릴러를 표방하는 가족드라마로써, 영화의 이야기 그 자체만을 보자면 이 영화는 새로운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거듭되는 반전은 후반에 접어서는 조금 황당무개하게 느껴 질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보편적인 주제, 사회에대한 보편적인 시각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새롭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영화이긴 합니다.
매체는 더욱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일상은 실상과 가상의 차원을 너머 더욱 다각화 될 것입니다. 그러한 사회 흐름에 따라 우리는 보편적 가치와 새로운 표현에 대해 늘 고민해야겠지요. 오늘은 그러한 영화적 고민에 충실한 영화 <서치>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참고자료
허프포스트 - '서치', 관계하지 않는 관계들 - 민용준 영화 저널리스트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b842329e4b0682df5ac7c02
<서치>가 서스펜스를 연출하는 방식 -씨네21 장영엽 기자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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