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 하며,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지난날을 뒤돌아보고, 또 새로운 나를 약속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새로 태어나기 위해 떠난 길 위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 영화 <와일드>를 소개합니다.

감독 장 마크발레
출연 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 외
수상내역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
제6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험한 바위 투성이 산 중턱 어딘가.
주인공 셰릴은 끔찍한 고통을 참아가며 짖이겨진 엄지 발톱 하나를 떼어냅니다.
그리고 바위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그녀의 워커.
남은 한쪽마저 던져버리며 참고 참았던 감정을 비명같은 고함과 함께 토해내는 셰릴.
그녀는 지금 여행중 입니다.
무방비 상태로 끼어드는 기억의 파편들, 길 위에서 발견하는 인생
맥시코 국경지대부터 캐나다 국경지대까지 4,285km를 자기 몸 보다 더 큰 베낭하나를 매고 걸어야하는 PCT( Pacific Crest Trail). 아마 그 시작은 다시 태어나고픈 마음. 지난 방황을 떨쳐버리고 싶은, 주인공 셰릴의 현재의 부정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길을 걷는 내내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 하며 현실을 부정하고있는 그녀의 속마음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이건 미친짓이야'라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걷고 있는 그 길 사이, 무방비상태인 그녀의 머릿속엔 자꾸만 기억의 파편들이 떠오릅니다.

술만 마셨다 하면 주먹을 일삼는 아버지.
엄마 바비는 그런 아버지를 피해 셰릴과 그녀의 남동생을 데리고 도망치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어 다시 돌아오길 일쑤입니다.
하지만 엄마 바비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낙천성을 택하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워냈고, 셰럴을 꽤 자랑스런 딸로 키워냈습니다.
때론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사실이 딸로 하여금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 주정뱅이 아빠에서도 벗어난 지금, 이제야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게된 엄마 바비는 이제 겨우 45세. 척추 암 선고를 받고 한달만에, 세상을 뜹니다.

엄마 바비의 갑작스런 죽음은 셰릴에게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엄마와 마지막이었을 그 순간마다, 엄마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스스로를 되돌아본 것은 엄마가 죽고 난 뒤 힘겹게 걸음을 옮겨가고 있는 현재의 길 위에서 였죠.
야영과 여행의 험란함에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한 셰릴의 후회는 무작정 떠나온 여행길에 대한 후회와 지난날 세상에서 가장 다정했던 엄마에게 자신이 했던 가시같은 말들에 대한 후회와도 중첩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여행길의 고단함이 익숙해질 무렵에는
엄마를 떠나 보낸 상실감과 고통에서 도망쳐, 외도와 마약으로 쪄들었던 지난날,
방황과 방랑에 익숙해져버렸던 날들의 기억이 날카롭게 끼어듭니다.
흔히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시쳇말처럼
그녀는 험란한 그 길 위에서 자신의 인생을 의도치 않게 복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출과 일몰은 언제나 있다.
혼자 남은 삶의 무게와 고통에 짖눌려 방황하던 날들은
첫 여행길, 괴물처럼 커다란 가방을 메느라 바닥에 뒹굴어야했던 셰럴의 모습과 닮아보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길.
아무런 목적없이 걷고 또 걸으며, 그녀는 따뜻한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짧은 순간 깊은 대화를 나누는 친구를 만나기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위험을 느끼게 만든 누군가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발씩 걷던 셰럴은 부쩍 가벼워진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그녀의 삶의 무게도 조금은 덜어진 것 처럼 보입니다.
길 위에서 느끼는 고난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보면, 어느새 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광처럼 고단한 삶 속에서도 아름다운 순간은 늘 거기에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마침내, 자기도 모르게 그 긴 여정의 끝에서 '신들의 다리'를 거닐며, 여행을 마칩니다.
아니, 다시 삶을 걸어갈 준비가 된 것이겠죠.
일출과 일몰은 언제나 있단다.
그러니까 넌 결정할 수 있어. 언제든지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는거야.

셰럴의 여행의 본격화 될 무렵. 캠핑장에서 만난 한 남자는 그녀의 배낭의 짐을 덜어줍니다.
괴물이라 놀림받는 그녀의 베낭엔 사실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거나, 써봐야 소용없는 물건들이 한가득이었죠.
그렇게 불필요한 짐들을 걷어내고 나서야 그녀는 여행길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저 배낭 하나.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그렇게 그저 배낭 하나에 담을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이 우리의 삶에 무게를 더하고 풍광을 바라볼 수 없게 만들곤 하죠.

내 앞에 놓인 길을 걸을것.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그 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아름다운 인생의 한복판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어느새 2019년 새 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의 앞엔 어떤 길이 펼쳐질까요? 그것을 예측한들 피할 수는 없는 길이겠죠.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지만, 거기엔 사막도 있고 눈보라도 칠 겁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저 마주하고, 스스로를 바라보며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응원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시네스쿨의 추천영화 열 여덟번 째 영화이자 2019년 첫 영화.
영화 <와일드> 였습니다.
영화전문입시학원 <시네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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