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시대의 고민들을 대신 이야기하곤 합니다.
특히 판타지나 공포영화는 현대사회가 갖고있는 두려움을 투영할 때가 많죠. 오늘 소개 할 영화는 많은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좀비영화 한편을 준비했습니다.
씨네스쿨이 추천하는 열여섯번째 영화, 좀비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영화
<28일 후>(데니보일 감독, 2002년) 입니다.

수상내역
최고의 호러 영화 (미국 S.F 아카데미, 판타지 & 호러 영화 부문 - 새턴 어워드)
최고의 영국 영화 (엠파이어 어워드)
대니 보일 (유러피안 판타지 영화에서 최우수상)
최고의 감독 상 - 대니 보일 (국제 판타지 영화 어워드)
최고의 국제 영화 - 대니 보일 (나르시스 어워드)
최고의 뛰어난 연기 - 나오미 해리스 (흑인 부문)
최고의 영상 상 - 앤쏘니 도드 맨틀 (유러피안 필름 어워드)
현대사회의 불안감과 포스트아포칼립스
교통사고로 의식 불명의 상태에 빠졌던 주인공 짐. 28일만에 눈을 뜬 곳은 병원입니다.하지만 간호사나 의사, 환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병원.무언가 이상함을 느껴 밖으로 나와보지만 거리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폐허가 된 채 텅 빈 런던 시내. 아무렇게나 써내린 쪽지엔 누군가를 찾는다는 내용이 붙어있긴 합니다만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텅 빈 도시의 한복판에 홀로 남은 주인공 짐이 있습니다.

점점 거대해지는 도시들, 사람의 집단화는 이제 더할나위 없이 비대해 졌습니다. 누구나 사회조직의 일원으로써의 역할을 다 하며 살아가야한다고 믿고있고, 또 그런 그들이 모여 조직된 국가는 스스로 사회화된 인관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 됩니다.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영화가 그린 텅빈 도시의 풍경과 그 안에 홀로 남은 주인공의 모습은 '고립감'이라는 인간의 공포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어떤 설명도 필요없이 단지 몇개의 커트가 연결된 이 장면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현실감있는 묘사로 이 영화의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그렇게 주인공 짐이 홀로 남겨진듯한, 고립된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 쯤 찾아간 교회에선 그의 목소리를 반기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알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주인공에게 '달려드는' 사람들. 아니, 사람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인간적이지 않은, 짐승과 같은 모습의 그들은 바로 좀비 입니다.
달리는 좀비, 장르의 변주와 확장
1968년 조지 모메르 감독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처음 선보였던 좀비는 제목 그대로 살아있는 '시체' 였습니다.죽었으나 다시 살아난 괴물. 지능도 의식도 없는 상태로 오로지 식욕만 남은 그들은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살아있는 사람들을 옥죄며 살점을 뜯어내는 괴물들이었습니다.
영화계에 좀비가 등장한지 약 35년후에 제작된 <28일 후>는 죽었다 살아나 움직이는 시체라는 좀비의 설정을 변주합니다.인간성을 상실하고, 살아있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공격한다, 전염성이 강하다는 기존의 설정은 그대로 있지만<28일 후>의 좀비는 시체가 아닙니다. 감염자일 뿐,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사람입니다.기존의 좀비가 서아프리카의 민속종교 '부두교'에서 유래되어 주술적 의식으로 되살아난 존재라면 영화는 좀 더 현실적으로 '바이러스'라는 설정을 이용합니다.

영화의 오프닝시퀀스를 복기해보면 인간의 폭력성, 분노의 감정을 통제해보겠다는 어느 제약회사의 야망이 이 바이러스의 시작점입니다. 제약회사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일명 '분노 바이러스'를 실험을 하고, 침팬치를 구출하기 위해 몰래 잠입한 동물 복지 운동가가 침팬치를 탈출 시키는 과정에서 처음 감염이 일어납니다. 탈출시키려던 침팬치에 물린 한 운동가가 10초만에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고, 또 그가 토해낸 피가 얼굴에 튄 다른 사람 역시, 물리지 않았음에도 분노 바이러스의 감염자가 됩니다.
<28일 후>의 좀비가 특별한 이유는 물리지 않고 핏방울이 튀는 것만으로 감염이 된다는 점입니다. 바이러스의 무서운 확산이라는 설정은 감염자들을 살아있는 존재로 만듦으로써 시체들처럼 느린 걸음이 아닌 '뛰는'존재로 탈바꿈 시킵니다. 영화의 기본 설정이 주는 좀 더 현실적인 공포와 더불어 또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영화적 표현을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28일 후>의 이러한 설정은 <워킹 데드>나 68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리메이크작 <새벽의 저주>, 우리나라 영화인 <부산행> 등에도 차용되며 좀비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영화가 되었습니다.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경계

좀비가 살아있는 존재들이라는 설정.
그리고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설정은 자본의 이익만을 노리는 거대 기업의 욕망에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하는 나약한 소비자들의 현실과
당시에는 에이즈(현재 에이즈는 일상생활에서는 전염되지 않으며, 충분한 관리로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지금은 메르스와 같은 아직 원인이나 해결책을 알지 못하는 강력한 전염병 창궐에 대한 불안감, 또 생화학 무기에 대한 공포가 만연한 현대사회의 풍경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한번 눈여겨 볼 점은, 영화의 시작부분 실험실에 갖힌 침팬치들이 보고있던 영상의 내용입니다.거기엔 멀쩡한 사람들과 멀쩡한 집단, 국가시스템이지만 인간의 행위임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폭력적인 장면이 연속됩니다. 집단화된 폭력성과 분노가 이미 사회 안에 내제되어있다는 점을 은유하고 있는 장면이지요. 이는 '분노 바이러스'가 시사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또한 '분노'라는 감정이 집단화 되었을때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들이 벌어지는가, 그리고 '분노'의 감정이 얼마나 확산력을 갖고있는가를 시사하기도 합니다. 마치 좀비처럼 말입니다.
또한, 이 영화에서의 좀비는 죽은 존재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감염자, 살아있는 사람들 입니다.그러나 빠른 전염성과 그 무서운 공격성 때문에 누구라도 감염이 되면 10초 안에 죽여야 합니다.좀비를 무찌르는 일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내 친구, 내 가족을 '살해'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마는 것입니다.그렇게 영화는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의 폭력성과 인간의 폭력성을 나란히 보여주며 그 경계를 허물어가기 시작합니다.그리고 주인공 짐을 비롯한 샐레나와 해나가 마지막 희망처럼 찾아간 맨해튼의 군부대에서좀비보다 더 한 존재, 인간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

좀비 영화 자체가 좀비라는 공포의 대상과 인간의 대립을 이야기로 그리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늘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은 과연 인간의 본성은 어떤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이 영화도 마찬가지. 여태까지 분노바이러스에 걸린 좀비들에게 쫒겨온 주인공 일행에 대한 이야기 인줄 알았지만진짜 이야기는 이 군부대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방송으로 생존자들을 모아대던 군부대는 자기들만의 성을 구축하고 있었고, 그 성에 군림하는 군부대의 대장은 군인들을 통솔하기 위해 생존자들을 끌어모아 여자들을 성노예로 부리려고 합니다.그리고 자신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자들은 죽이거나 좀비들의 먹잇감으로 만들어버리죠.분노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의 집단화된 폭력성과 분노에 대해 이야기 해 온 영화는 좀비보다 더 비인간적인 사람들을 통해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생존자를 위협하는 이 집단이 '군대'라는 점은 집단화된 분노, 그 중에서도 국가 시스템이 갖고 있는 폭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입니다.그리고 그곳에서 샐리나와 해나를 구출하고 탈출하기 위한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좀비처럼 구는 것 이었습니다.짐이 샐리나를 추행하던 군인들에게 복수하는 장면이 꽤 잔인하게 표현되는 이유 역시 감염자의 분노가 인간의 본성적인 것이며,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좀비는 경쟁사회에서 인간애가 사라진 채 오로지 남을 밟고 일어서야만 한다는 탐욕만 남은 존재로 표현됩니다. 또 개별성은 사라지고 집단으로써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면에서도 무너진 국가 시스템, 집단화된 이기주의와 폭력성의 상징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뱀파이어와는 차별성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죠.
현대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상징하는 좀비라는 장르가 한국 영화시장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좀비라는 장르가 갖고있는 특성과 상징성을 생각해본다면, 한국 영화에서의 좀비의 존재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장르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겠지요.
지금까지 '좀비'라는 다소 제한적인 설정을 훌륭하게 변주하고 확장함으로써 장르 영화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던 영화 <28일 후> 였습니다.
*본 포스팅은유튜브 거의없다의 <영화 걸작선 - 창궐 편>, <라이너의 컬쳐쇼크- 28일 후>, 엉준의 <28일 후>리뷰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_YHAB4d9Ks
https://www.youtube.com/watch?v=IoJr93tPLa4
https://www.youtube.com/watch?v=mfHceCgZY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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