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하게 구현된 시대극은 판타지나 SF못지 않은 세계관을 보여주며,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세상을 색다르게 보여줍니다.
오늘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새로운 시점으로 보여주는 사극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시네스쿨이 추천하는 열 네번째 영화, 한재림 감독의 <관상> 입니다.

수상내역
[제34회 청룡영화상] 조명상, 미술상, 촬영상,
여우조연상,남우주연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 후보
[제34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
[제50회 대종상 영화제] 조명상, 음악상, 미술상, 촬영상, 각본상 후보
[제50회 대종상 영화제] 의상상 수상
[제50회 대종상 영화제] 감독상 수상
[제50회 대종상 영화제] 남자인기상 수상
[제50회 대종상 영화제] 남우조연상 수상
[제50회 대종상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제50회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
[제5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남자조연상 수상
[제5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남자조연상 후보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대하는 방법
사건의 기승전결이 이미 갖춰져 있고,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사실이 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은 매력적인 이야기 거리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외에도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 주제를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창작자의 상상력을 불어넣기 좋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영화를 비롯한 여러 창작물들이 역사를 대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는 듯 합니다.
첫번째는 역사적 사건을 기정 사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뒤집으므로써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경우입니다. 통일된 대한민국을 그린다거나,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디스토피아적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경우들이 그러하죠.
두번째는 역사적 사건을 고증 그대로 재현하면서, 사건 혹은 그 안의 인물들에 대해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재조명하는 방식입니다.<관상>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계유정란은 역사적 사건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중의 하나로, 이미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되어왔습니다. 문종이 건강문제로 일찍이 세상을 뜨자, 단종이 어린 나이에 왕위를 이어받습니다. 하지만 문종의 동생이자 단종의 삼촌인 수양대군은 단종 곁을 지키던 권력실세 김종서 장군을 쓰러뜨리고, 단종의 목숨까지 거두며 왕위를 빼앗아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누구나 알고있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죠.
여기에 영화는 '관상가 김내경'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투입함으로써, 거대한 사건 속의 인물들을 '관상'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합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갖고있는 욕망과 두려움 등을 얼굴의 상으로 표현하며 '계유정란'이라는 큰 틀이 아니라 성공에 대한 욕망과 불안감, 올곶은 정의감, 기회주의 등 누구나 갖고있을 법한 속성을 갖고있는 인물들이 시대의 흐름을 만나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수양대군이 김종서 장군을 죽이고, 역모에 성공할 것을 미리 알고 있지만
개개인의 인물들이 속성에 따라 벌어지는 일들과 그 변수에 주목하여 반전 아닌 반전의 스릴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물을 소개하는 방법과 배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것이 인물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속성을 파악하는 '관상'이라는 장치가 있는 만큼 주인공 김내경이 각 인물들을 첫 대면하는 순간, 즉 인물의 등장에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로 인물들은 관상과 김내경의 반응을 통해 소개되는데, 김종서 장군을 처음 봤을 때 그의 이목구비를 세세히 살피는 카메라와 함께 '그는 호랑이다!'라는 나레이션이 깔림으로써
김종서 장군의 캐릭터를 단박에 설명합니다.

영화 <관상>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수양대군의 등장 장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 수양대군은 영화의 절반이 가도록 한번도 화면에 비춰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인물들의 입에 회자됨으로써 관객들은 수양대군에 대한 이미지를 축적하고, 그가 아직 화면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마치 이미 등장한 것 같은 존재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진짜로 수양대군이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은 느린 화면과 압도하는 느낌의 음악과 함께 그의 등장에 긴 호흡과 무게를 둠으로써 관객들이 축적된 긴장감을 갖고 수양대군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정점을 찍는 것이 바로 김내경의 반응, 배우 송강호씨의 리액션입니다.

영화 <관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김내경의 관상학적 설명으로 소개됩니다.
관상학을 소재로 한 영화이니 만큼 이만한 설명도 없겠지만, 자칫하면 정보전달로만 끝났을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카메라를 소개하는 인물을 묘사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있는 김내경의 반응에 동등한 무게를 주며 비춥니다.
김내경은 맞닥들이는 인물마다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인물마다의의 존재감, 위압감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고있는 것입니다.
이를 연기하는 송강호 배우는 그 상황들마다 미묘하면서도 확실한 표정과 리액션을 보여줌으로써 실제 대사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 '사람의 상은 읽었으나 시대를 읽지 못했다' 말하며 파도와 바람을 바라보는 배우의 처연한 표정은 또다른 백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배우의 힘이 느껴지는 장면이지요.
오늘은 오랜만에 한국영화를 소개했네요.
지금까지 시네스쿨이 추천하는 열 네번째 영화. 웰메이드 사극 <관상>이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JTBC <방구석 1열> 27회, 유튜브 '영화 걸(乞)작선' 을 참고 및 인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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