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SNS는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듯 합니다.
나의 일상을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공개하며, 또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되어버렸죠.
인기있는 TV프로그램 역시 대다수가 이러한 '관찰하기', '엿보기'의 포맷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봉한지 벌써 20년이나 된 이 영화는 지금 더 시의성을 띄고있는 듯 합니다.
시네스쿨의 열 세번째 추천영화는 <트루먼 쇼 > 입니다.

수상내역
1999년 제56회 골든글로브 최우수남우주연상(짐 캐리),
최우수남우조연상(에드 해리스), 최우수작곡상(필립 글래스)
관음증을 이용한 미디어 왕국의 풍자
요즘 우리가 시청하는 리얼리티 쇼나, 남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SNS가 그렇듯이 어떠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의 리얼한 반응(그마저도 진짜일지 아닐지 분간이 가기 힘든 정도이지만)을 살펴보는 것은, 사실 우리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행복하고 즐거운 면만 드러나는 SNS 세상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죠.
하지만 누군가의 일상을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시청자는 관찰의 대상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낍니다.
이 관음증의 본질은 관찰대상이 자신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때, 더 힘을 발휘하죠.
불법촬영물이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자행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 트루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트루먼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훔쳐보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트루먼을 제외한 모든 인물은 배우이며, 그가 살고있는 섬을 통째로 '트루먼 show'의 세트장으로 만들어버렸죠. 이 트루먼 show를 기획한 인물 크리스토프 (Christof)는 시청자들의 관음증에 대한 욕구를 영악하게 이용하며, 트루먼을 그들의 눈요기감으로 삼고있습니다.
특히, 주변인물들이 아무런 맥락도 없이 제품을 설명하거나 트루먼을 억지로 광고판에 내새우는 PPL 장면들은 너무나도 현실감 넘치게 풍자하고 있죠.
시청자들은 그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이른바 '랜선 이모', '랜선 삼촌'을 자처하며 관음증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광고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주제와 형식의 연동성
영화의 형식 역시 리얼리티 TV쇼라는 영화의 설정을 충분히 뒷받침 하고있습니다.
눈여겨 볼 것 중에 하나가 오프닝 타이틀인데요, 여기에 자막으로 표시되는 이름들은 실제 배우의 이름이 아닌 TV Show의 출연자로써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 show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어떤 연기를 펼치고 있는가를 인터뷰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영화 자체가 쇼의 일완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영화가 다 끝나서야 엔딩타이틀에는 실제 배우들의 이름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 종종 트루먼을 비출 때마다 화면 주변이 둥글고 어둡게 나오는 아이리스를 사용하는 것 역시 몰래 훔쳐보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주변 인물들이 PPL 광고를 할 때마다 카메라에 눈을 맞추고, 카메라는 빠르게 zoom in 하는 앵글 역시,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형식이지만 <트루먼 쇼>라는 영화에서 만큼은 리얼리티 쇼라는 영화의 형식을 뒷받침 하고 있습니다.

진실 넘어의 세상, 운명의 개척자
트루먼이 의심을 품고 있는 것. '조작된 삶'이라는 측면은 영화를 풀어내기에 따라 반전의 요소가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지금의 세상이 알고보니 허구였고, 이 너머의 진실된 세계가 따로 있다는 것을 탐구해나가는 과정을 그릴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관객들에게 이것은 트루먼을 속이기 위한 세계임을 드러내고 시작합니다. 그러므로써 영화의 관객들 역시 트루먼Show의 시청자와 같은 위치로 만들어버리죠.
그리고 트루먼이 살고 있는 세상을 파스텔톤의 예쁜 색감 만큼이나 꽤나 살만하게 그려냅니다.
만약 트루먼이 그 세상이 조작된 삶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트루먼은 큰 고난 없이 꽤 괜찮은 인생으로 마무리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으며 말입니다.
시청자들은 거기에 대리만족을 하거나, 그 세상이 전부라 믿는 트루먼을 예쁜 인형의 집에 사는 살아있는 인형으로 즐기며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트루먼에게는 정해진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죠.

이 영화가 조작된 삶이라는 것을 반전의 포인트로 여기지 않고, 삶의 진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트루먼의 모습을 그린 이유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내가 바라보고있는 세상이 진실된 세상인가.
나는 주어진 환경에 대해 수동적인 삶을 살고있는 것은 아닌가.
고난이 있을지언정 그 진실된 세상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트루먼에게는 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이 되는 것입니다.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처럼 편협하고 조작된 동굴 속 세상과 진실이 있는 동굴 밖 세상 중 어디가 더 행복한가가 아니라, 동굴 속 세상에 의문을 품으며 동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행위의 의지에 인간으로써의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TV Show의 시청자들이 트루먼의 모험을 응원하는 것 역시 같은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결국 트루먼은 평범하지만 명대사를 뱉으며 자신의 운명과 작별을 고합니다.

"Good mornig, Good afternoon, Good evening"
영화 <트루먼 쇼>는 그간 코미디 배우로써만 인식되었던 짐 캐리 라는 배우를 재평가 받게 만들만큼,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뛰어난 작품입니다.
똑같이 인사를 하는 세번의 장면이 모두 짐 캐리 식의, 약간의 포장되고 과장된 표정으로 표현되는데 영화가 허구의 세상을 벋어나는 인물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니 만큼, 그 반복되는 인사의 장면이 관객들에겐 매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터넷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
그 최첨단의 장비로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 된 요즘.
다시한번 의미를 느끼게 하는 영화 <트루먼 쇼> 였습니다.
영화전문입시학원 <시네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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